과연 도서 정가제가 그들을 구할 수 있을까?
주절주절 늘어놓기 | 2013/01/13 18:41
"무차별 할인" 온라인서점 횡포 망해가는 출판산업
다시 도서 정가제가 이슈에 올랐다. 동내서점과 출판사의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10%할인 제한의 예외 조항을 삭제하고 범위를 넓히는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법률 개정이 과연 출판산업을 구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큰 재화인 도서
물론 도서류 전체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공서적이나 교과서, 수능용 참고서 등은 가격탄력성이 낮아서 가격이 높다고 안 살 수 없는 재화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도서들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은 재화로 이런 수요의 경우 할인되기 때문에 팔리는거지, 정가제가 시행되어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하지 않게 되는 재화라는 거다. 물론 돈을 더 지불하고 도서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도 많지만, 구입하지 않는다는 소비자가 전체적인 매출 감소를 불러올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1년 독서량을 생각해보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 온라인 서점들의 중고 서적 거래 활성화
모든 도서를 정가에 팔면 그것이 지켜질것인가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예스24, 알라딘, 교보와 같은 대형 온라인 사이트들이 이미 중고 거래 시스템을 완성해 놨다는 것에 있다. 아직은 거래량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 풍선효과로 싼 서적을 찾는 수요는 이쪽으로 몰려들거고 중계 수익은 온라인 서점의 몫이다. 현재도 소위 재고처리로 보이는 도서가 전문업자나 온라인 서점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유통되고 있어서 아는 사람들에게는 새책을 싸게 살 수 있는 통로로 주목 받고 있다. (새책과 다름 없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새책이다 비닐 포장을 하는 라이트 노벨 종류는 비닐포장 그대로 중고용 가격표만 붙인 뒤 유통되고 있다) 또한 가볍게 읽는 킬링타임용 서적의 경우 한번 읽은 뒤 판매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과거의 헌책방 레벨이 아니라 전국화, 조직화된 전문 도서 중고 거래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로 이쪽으로 수요가 전환되면 파급효과는 예전과는 격이 다를것이며, 신간을 중고라고 하여 불법 할인 판매하는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는 것은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때가 되면 중고 도서 거래 금지법이나 인터넷 서점의 중고 거래 중계 금지 법제화를 요구할 생각인가?
* 도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조짐 (90년대 말 음악시장의 재판)
또 다른 문제는 과거 MP3로 대표되는 음악시장의 재편과 같이, 도서 소비의 형태가 변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과 킨들로 대표되는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되어 기존의 출판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미국도 대형 오프라인 서점조차 파산하는등 여파가 만만치 않지만 전자책의 확산은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어있다. (물론 양장본 위주의 출판 관행의 우리나라와 달리 페이퍼백등이 일반화 된 영향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책 확산에 가장 중요한 단말기의 보급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이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되었고, 작년 중순 쯤 구글 북스의 국내 런칭과 아마존의 국내 지사 설립을 계기로 위기의식을 느낀 온라인 서점들이 크레마라는 통합 저가 단말을 출시하면서 기본적인 단말기 부족이 해소되어 변화의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 온라인 서점들의 착실한(?) 전자책 점령시도
과거 음반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음반사들은 MP3 단속에만 매달리다가 새로운 시장(온라인 음원)의 수익을 벅스, 멜론과 같은 당시 휴대폰 음원 사이트들에게 빼았겼고, 그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현재 음악 시장을 지배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음원 판매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건 이들 유통사다. 그 확장판이 현재 도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전자책의 가격이 실제 책보다 싸고, 도서 정가제의 범위 밖인것을 노려 대규모 할인 판매나, 단말기(크레마)와 묶어 할인 판매하는등 여러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그동안 단말기 미비로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스마트폰과 테블릿의 보급이 그 효과를 넓히고 있다.여기에 덤으로 교보의 경우 퍼플이라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개념 자체는 새로운게 아니다. 스마트 폰의 앱스토어와 똑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출판계의 수익 분배구조와 달리 앱스토어처럼 저작권자와 유통사에게만 분배된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애플이 앱스토어로 이뤄낸것처럼 출판에서 출판사 자체를 배제하고 소비자와 저작권자를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음원 시장의 권력(?) 교체에서 온라인 서점들은 교훈을 얻은 반면, 출판업계는 음반업계가 당한 모습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모양이다. 음반시장 재편의 역사가 도서시장에서 출연 배우만 바꿔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출판업계는 한참 늦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인터넷이 파고들어 직접 가서 책을 사기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문 앞에서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 도서정가제가 확대 시행된다고 해도 이런 소비층이 서점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온라인으로 중고 서적을 찾아서 사게 될것이다. e-book 시장은 이미 주도권 자체가 온라인 서점에게 넘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정가만 준수하면 모든게 해결될거라는 발상은 무리라고 본다. 과거 학습참고서 가격 담함사건이라던거, 이벤트 비용을 고려한 가격 인상등으로 민심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이미 출판사 자체를 e-book 유통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조차 나타나고 있다. 출판업계가 당장의 이익만 쫒다가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다시 도서 정가제가 이슈에 올랐다. 동내서점과 출판사의 경영난을 호소하면서 10%할인 제한의 예외 조항을 삭제하고 범위를 넓히는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법률 개정이 과연 출판산업을 구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큰 재화인 도서
물론 도서류 전체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공서적이나 교과서, 수능용 참고서 등은 가격탄력성이 낮아서 가격이 높다고 안 살 수 없는 재화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도서들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높은 재화로 이런 수요의 경우 할인되기 때문에 팔리는거지, 정가제가 시행되어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하지 않게 되는 재화라는 거다. 물론 돈을 더 지불하고 도서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도 많지만, 구입하지 않는다는 소비자가 전체적인 매출 감소를 불러올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1년 독서량을 생각해보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 온라인 서점들의 중고 서적 거래 활성화
모든 도서를 정가에 팔면 그것이 지켜질것인가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예스24, 알라딘, 교보와 같은 대형 온라인 사이트들이 이미 중고 거래 시스템을 완성해 놨다는 것에 있다. 아직은 거래량이 커 보이지는 않지만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면 풍선효과로 싼 서적을 찾는 수요는 이쪽으로 몰려들거고 중계 수익은 온라인 서점의 몫이다. 현재도 소위 재고처리로 보이는 도서가 전문업자나 온라인 서점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유통되고 있어서 아는 사람들에게는 새책을 싸게 살 수 있는 통로로 주목 받고 있다. (새책과 다름 없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새책이다 비닐 포장을 하는 라이트 노벨 종류는 비닐포장 그대로 중고용 가격표만 붙인 뒤 유통되고 있다) 또한 가볍게 읽는 킬링타임용 서적의 경우 한번 읽은 뒤 판매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과거의 헌책방 레벨이 아니라 전국화, 조직화된 전문 도서 중고 거래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로 이쪽으로 수요가 전환되면 파급효과는 예전과는 격이 다를것이며, 신간을 중고라고 하여 불법 할인 판매하는 사례가 등장할 것이라는 것은 뻔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때가 되면 중고 도서 거래 금지법이나 인터넷 서점의 중고 거래 중계 금지 법제화를 요구할 생각인가?
* 도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조짐 (90년대 말 음악시장의 재판)
또 다른 문제는 과거 MP3로 대표되는 음악시장의 재편과 같이, 도서 소비의 형태가 변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과 킨들로 대표되는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 되어 기존의 출판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미국도 대형 오프라인 서점조차 파산하는등 여파가 만만치 않지만 전자책의 확산은 이미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되어있다. (물론 양장본 위주의 출판 관행의 우리나라와 달리 페이퍼백등이 일반화 된 영향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책 확산에 가장 중요한 단말기의 보급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이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되었고, 작년 중순 쯤 구글 북스의 국내 런칭과 아마존의 국내 지사 설립을 계기로 위기의식을 느낀 온라인 서점들이 크레마라는 통합 저가 단말을 출시하면서 기본적인 단말기 부족이 해소되어 변화의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 온라인 서점들의 착실한(?) 전자책 점령시도
과거 음반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 음반사들은 MP3 단속에만 매달리다가 새로운 시장(온라인 음원)의 수익을 벅스, 멜론과 같은 당시 휴대폰 음원 사이트들에게 빼았겼고, 그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현재 음악 시장을 지배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음원 판매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건 이들 유통사다. 그 확장판이 현재 도서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당연한 것이지만 전자책의 가격이 실제 책보다 싸고, 도서 정가제의 범위 밖인것을 노려 대규모 할인 판매나, 단말기(크레마)와 묶어 할인 판매하는등 여러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그동안 단말기 미비로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스마트폰과 테블릿의 보급이 그 효과를 넓히고 있다.여기에 덤으로 교보의 경우 퍼플이라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개념 자체는 새로운게 아니다. 스마트 폰의 앱스토어와 똑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출판계의 수익 분배구조와 달리 앱스토어처럼 저작권자와 유통사에게만 분배된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애플이 앱스토어로 이뤄낸것처럼 출판에서 출판사 자체를 배제하고 소비자와 저작권자를 직접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음원 시장의 권력(?) 교체에서 온라인 서점들은 교훈을 얻은 반면, 출판업계는 음반업계가 당한 모습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모양이다. 음반시장 재편의 역사가 도서시장에서 출연 배우만 바꿔 그대로 반복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출판업계는 한참 늦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인터넷이 파고들어 직접 가서 책을 사기보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문 앞에서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 도서정가제가 확대 시행된다고 해도 이런 소비층이 서점에 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온라인으로 중고 서적을 찾아서 사게 될것이다. e-book 시장은 이미 주도권 자체가 온라인 서점에게 넘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정가만 준수하면 모든게 해결될거라는 발상은 무리라고 본다. 과거 학습참고서 가격 담함사건이라던거, 이벤트 비용을 고려한 가격 인상등으로 민심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이미 출판사 자체를 e-book 유통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조차 나타나고 있다. 출판업계가 당장의 이익만 쫒다가 사지로 걸어들어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trackback :: http://engagestory.com/trackback/613
Recent comment
2013- 3messes
2013- 인게이지
2013- 러브드웹
2012- 러브드웹
2012- 인게이지